1주택자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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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자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주택 수'에서 '거주 여부'세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온다

2026 4 9 ()

 부동산 시장에서 지난 수십 년간 굳건히 유지돼 온 공식 하나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바로 '1주택자 = 실수요자'라는 등식입니다.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당국이 연이어 내놓는 규제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제 규제의 잣대가 '몇 채를 갖고 있느냐'에서 '실제로 살고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세금 조정이 아니라, 대한민국 부동산 과세 체계의 근본 패러다임이 바뀌는 신호탄입니다.

 그 배경을 이해하려면 먼저 현재 세제의 구조적 모순을 직시해야 합니다. 지방에 저가 주택 두 채를 가진 사람과, 서울 핵심지에 30억 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면서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전자가 다주택자로서 중과세를 적용받는 반면, 후자는 1주택자로 분류돼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최대 80%까지 받는 등 막대한 세제 혜택을 누려 왔습니다. 실질적 자산 격차는 현저히 크지만 세금 부담은 역전되는 이 구조가 '조세 형평성'의 관점에서 오래전부터 비판받아 왔습니다.

 정부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초부터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개편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했고, 금융위원회는 4 1일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투기성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도 추후 별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투자·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겠다'고 직접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발언 직후 대통령 본인이 분당 양지마을 아파트를 직접 처분하면서 정책 방향에 대한 강력한 시그널을 시장에 던졌습니다. 가칭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안'은 이르면 6.3 지방선거 이후, 늦어도 7월 정기 세제개편 시즌에는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개편 방향은 크게 두 축입니다. 첫 번째는 장기보유특별공제의 재설계입니다. 현행 제도는 1주택자가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거주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최대 80%까지 공제해 줍니다. 이 혜택이 집을 팔지 않고 버티게 만드는 '락인 효과(lock-in effect)'를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문제 인식입니다. 개편안은 실거주 기간과 보유 기간을 엄격히 분리하여, 실제로 살지 않은 기간에는 공제율을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습니다. 실거주자는 혜택을 유지하되, 임대·투자 목적 보유에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원칙입니다.

 두 번째는 보유세의 실질화입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국 평균 9.16%, 서울은 18.67% 상승하면서 현실화율을 동결했음에도 세 부담이 크게 늘었습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일부 단지는 1주택자 보유세가 한 해 만에 40% 이상 급등하는 구간도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60%에서 80%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어, 실질적인 세 부담은 향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 상향(12억 원 이상 검토)도 병행 논의 중이어서 중산층 1주택자의 부담은 줄이되, 고가 비거주 보유자의 부담은 강화하는 이중 전략이 구사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세제 전환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장은 결코 단선적이지 않습니다. 긍정적인 측면부터 보면, 비거주 고가 주택 보유자들의 매도 유인이 강화되어 매물 공급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5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맞물리면 4~6월 사이 단기 매물 출회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우려되는 지점도 있습니다. 양도세 부담이 여전히 무거운 상황에서 보유세만 높아지면, 오히려 집을 팔지도 못하고 버티는 '이중고 보유자'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매물 잠김을 오히려 심화시킨다는 역설입니다.

 직장 발령, 자녀 교육 등 불가피한 사유로 비거주하는 실수요 1주택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직장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일시 비거주하는 경우는 제외'라고 공개적으로 선을 그은 것은, 이 불안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확산됐는지를 방증합니다. 결국 세제 개편의 실효성은 '투기성 비거주'를 어떤 기준으로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직장·학군 이동과 갭투자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그 선을 어디에 그어야 형평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지가 이번 개편의 가장 어려운 숙제입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하며 추가 인하에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의 세제 강화, 금융당국의 대출 조임,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이 삼각형을 이루며 집값을 누르는 구도 속에서, ·이란 휴전 이후 회복되기 시작한 투자 심리와 유동성 귀환 기대가 어느 힘에 의해 지배받을 것인지가 올해 하반기 시장을 결정지을 것입니다.

 부동산 세제는 단순히 세금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디에 살고, 어떤 방식으로 주택을 보유하며, 언제 파느냐에 관한 국민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제도입니다. '실거주'를 기준으로 세제를 재편한다는 방향은 옳습니다. 그러나 그 설계가 정교하지 않으면, 의도와 결과가 엇갈리는 것이 지금까지 한국 부동산 정책이 반복해온 역사였습니다. 지금 시장은 세제 발표 시점을 예의주시하며 다음 판을 짜고 있습니다. 6월이 오기 전에, 본인의 주택 보유 구조와 실거주 여건을 냉정하게 점검해 두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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